1890년 어느 날 미국에서 환자 한 명이 끈적거리는 고약 때문에 피부에 생각지도 않은 염증이 생겼다고 담당의사에게 불평을 하소연하였다. 담당의사는 해당 회사인 존슨 앤 존슨(Johnson & Johnson)의 프레드 킬머라는 연구원에게 그러한 내용을 편지에 담아 해결책을 문의하게 된다. 킬머는 어떻게 하면 붙이는 약의 끈적거림을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을 거듭하게 되었고 결국 이태리산 탈크 가루가 들어 있는 작은 통 하나를 환자에게 보내주게 된다.

그런데 환자의 반응이 예상 외로 좋았고 여기서 힌트를 얻은 존슨 앤 존슨은 고약을 팔 때에 탈크 분말도 함께 팔기로 결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후 회사는 탈크 분말이 가지는 뛰어난 흡습력을 강조한 독립적인 제품을 개발하게 되었고 이로서 존슨 앤 존슨의 대표적인 장수 품목인 베이비 파우더가 탄생하기에 이르렀다.

이름이 낯설어 우리와 친숙하지 않은 광물로 여겨지겠지만 베이비 파우더의 주성분인 탈크(Talc)는 실은 우리의 생활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지닌 광물이다. 표면이 미끄럽고 반들거려 동양에서는 예로부터 활석(滑石)이라고 하고 선사시대의 벽화 등 그림을 그리는데도 쓰였기 때문에 화석(畵石)이라고도 한다.

독일의 광물학자 모스(Mohs)는 광물을 경도에 따라 1에서 10까지 분류를 하였는데 활석은 모스 경도 1에 해당하는 지구상에서 가장 무른 광석으로 손톱으로 긁어도 흠집이 생길 정도로 물러 서구에서는 비누석(Soapstone)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활석은 주로 사문암(蛇紋岩)이 땅 속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섬유상으로 변성되면서 얻어지는데 천연에서 채광한 활석에는 사문암에 있던 석면이 함께 존재하곤 한다.

이러한 연유로 가공을 철저히 하지 않을 경우에는 탈크를 원료로 하는 제품에 석면이 혼입되는 것은 필연적이라 하겠다. 4월 내내 우리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탈크 파동은 바로 천연 활석을 채취하면 필연적으로 함께 얻어지는 석면과 섬유상 활석에 기인한 것이다.

활석의 용도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양복 재단이나 용접에 사용하는 석필(石筆)뿐만 아니라 물에 젖으면 비누와 같은 촉감이 느껴지기 때문에 화장실, 부엌 등에서 고급 건축 마감재로도 활용된다. 또한 활석이 가지는 높은 열에 대한 충격저항성과 고온에서의 높은 전기저항성 때문에 고주파 절연체 등에 이용된다.

활석을 가루로 만든 탈크 파우더의 용도는 활석 자체보다도 더욱 다양한데 탈크 파우더는 지난 100년간 안전한 천연 소재로 여겨져 화장품, 의약품 등에 널리 사용되어온 천연소재이다. 현재 사용되는 탈크 파우더는 활석을 보통 300메쉬 이상의 고운 입자로 갈아 사용하는데 파운데이션이나 베이비 파우더 등의 화장품의 원료 이외에 정제나 캅셀의 제조 과정에서 분말 성분이 서로 달라붙지 않도록 만들어 주는 활택제(滑澤劑)나 부형제로 제약산업에서는 꽤 오랫동안 사용되어 왔다.

또한 지구온난화 방지용 시멘트 원료로 탈크 파우더를 이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하다고 하는데 백색의 광물성 황산규산마그네슘과 소량의 규산알루미늄으로 이루어진 탈크 파우더를 시멘트의 원료로 사용하면 양생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3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이렇듯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탈크 파우더에서 1급 발암물질인 석면과 섬유상 탈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지난 4월 1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아닌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알려지면서 온 나라가 그야말로 잔인한 4월을 겪고 있다. 멜라민 우유 파동의 아픈 상처가 채 아물지도 않은 시점에서 연타석으로 터진 메머드급 뉴스에 특히 아기를 키우는 부모들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식약청이 이미 5년 전부터 선진국들의 관련 성분의 규제법안을 통하여 그 심각성을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국영방송국의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의 방영 이후에 부랴부랴 대응하였다는 사실이 국민들을 더욱 분노케 하고 있는 듯 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탈크 중 석면에 대한 관리 기준이 없을 뿐만 아니라 공산품 등을 포함한 일반제품에 대한 석면 검출 기준도 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법에서만 규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베이비 파우더에 들어 있는 석면 탈크의 유해성은 2004년에 한 대학의 교수가 식약청에 제출한 ‘기능성화장품의 안전성 평가연구’라는 연구용역 보고서에 언급되어 있는데 이 보고서는 탈크 등을 "외국에서 사용 금지되거나 문제시돼 이른 시일 내에 안전성 재평가가 이뤄져야 할 원료"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고 한다.

이웃 일본에서도 이미 1987년에 석면 탈크는 떠들썩한 사회문제가 되었다. 유럽연합은 2005년 탈크에서 석면 성분이 검출되어서는 안되는 기준을 제정하였고 미국도 뒤질세라 2006년에 탈크의 석면 성분 규제에 동참했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석면과 섬유상 탈크가 들어있지 않은 탈크 파우더 자체는 화장품의 원료로 사용해도 안전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아무튼 식약청으로 제출된 2004년의 연구용역 보고서와 2005년 유럽연합의 기준 제정, 2006년 미국의 관련 규제 등 3번이나 있었던 기회를 잘 파악하기만 하였더라도 식약청은 소 잃기 전에 외양간을 훌륭히 고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 우리나라 보건 당국의 무사안일 일 처리방식과 늑장 대처로 우리나라의 아이들은 결과적으로 유럽연합의 아이들보다 3~4년 정도 길게 발암물질에 노출된 셈이 된 것이다.

석면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로 호흡을 통해 이 가루를 들이키게 되면 폐암이나 석면폐증, 늑막이나 흉막에 암이 생기는 악성종피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국제암연구소는 이번에 문제가 된 석면 탈크 또한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베이비 파우더에 함유된 석면의 경우 바르는 과정에서 호흡기를 통해 흡입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습진이나 아토피 등의 상처 난 피부에 바를 경우 상처를 통해 피부 진피층에 침투해 접촉성 피부염을 일으키고 장기적으로 노출될 경우 피부암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석면은 그 심각한 위험성 때문에 2009년 1월 1일부터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해 석면이 0.1% 이상 함유된 건축자재 등의 제품은 제조, 수입, 사용이 금지될 정도로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지만 식품, 의약품, 화장품 등에 관하여서는 관련 규정이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아무튼 이번 일련의 탈크 파동을 통해 우리가 잊지 않아야 할 몇 가지 교훈이 있다면 다음과 같을 것이라 생각한다.

첫째,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사안이 발생하였을 때에 관계부처의 신속하고 능동적인 대처방안의 수립과 관계자의 책임과 권한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식약청과 전문가들이 그런 위험성을 충분히 일찍 파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몇 년간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던 것은 정부의 문제 해결 방법의 취약함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 보인다. 이미 국제적으로 알려졌던 탈크 파우더의 위험성을 식약청이 무시했던 이유를 밝혀내고 제2의 탈크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여야 한다고 본다.

이번 사태로 탈크 원료가 들어가 강제 회수가 이루어진 품목은 의약품만 놓고 보더라도 무려 1천 100여 개 품목이고 시가로는 2천억 원 이상이라고 하는데 가뜩이나 힘든 국내 제약산업의 환경을 고려하면 제약업계에게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고 여겨진다.

둘째, 정확한 보건 의료정보 전달의 필요성이다. 국제암연구소의 경고는 섬유상 탈크와 석면을 장기간에 걸쳐 흡입하면 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는 의미이지 그런 성분이 포함된 의약품, 화장품이나 베이비 파우더를 사용했다고 반드시 암에 걸리게 된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국민이 이해하기 쉽고 정확하게 보건의료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기능과 조직을 식약청에 부여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현재 국민의 건강을 제일선에서 책임지고 있는 관계부처인 식약청의 일년 예산은 대한민국 정부 일년 예산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이러한 예산으로는 보건의료정보의 전달은 고사하고 고유 기능인 사전 안전관리도 불가능할 수 밖에 없는데 획기적인 예산의 증액과 과감한 조직개편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셋째, 우리 사회에서 야기된 문제를 제기할 때에 방법론에 대한 반성의 필요성이다.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고 공익이 요구되는 제보가 아무리 국영방송국이라 하더라도 방송사나 언론을 통해 아무런 여과 없이 마녀사냥식으로 국민에게 직접 공개되고 국민이 알아서 스스로 판단하라고 하는 방식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으며 진정한 의미에서도 언론의 자유라고 여겨지지 않는다.

지난 4월 초 베이비 파우더에서 시작된 탈크 파동은 의약품시장을 초토화하고 화장품시장으로 번져 나가고 있다. 하지만 화장품에서 끝나기에는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알게 모르게 탈크를 사용하고 있어 그 불길이 어디로 번질지 예측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그 중 대표적인 분야가 자동차 부품 중 에어백이 아닌가 싶다. 에어백이 터지고 나서 운전자가 뒤집어 쓰는 흰색의 분말은 옥수수 전분 또는 탈크 분말이라고 하는데 에어백이 터지는 과정에서 잘 튀어 나오게 하는 활택작용을 한다. 자동차산업계에서 상대적으로 비싼 의약품용 탈크 가루를 썼을 리 만무하다. 자칫 잘못하다간 베이비 파우더가 가뜩이나 힘든 우리나라 경제의 발목을 잡을지도 모르겠다고 여겨지는데 이러한 연유로 식약청의 늑장대응이 발암물질인 석면보다 더 두렵게 다가오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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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성욱
최근 들어 사치품은 물론 생필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소비가 급감하고 있어 경제 불황이 지속되고 있음을 실감하게 되는데 이러한 경기 침체의 영향은 술의 소비에도 예외 없이 나타나고 있는 듯 하다.

위스키는 말할 것도 없고 최근 몇 년간 후끈 달아올랐던 와인 붐도 식으면서 와인 매출이 사상 최초로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소식과 서민의 애환을 달래는 술로 대표되던 소주마저도 그 소비가 처음으로 줄었다는 소식에 우리나라의 경기 침체가 어느 정도 심각한지를 어림잡아 짐작할 수 있다고 하겠다.

불경기를 뛰어넘는 사케의 인기

그런데 이런 와중에도 홀로 50%가 넘는 놀라운 신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술이 있다고 하는데 ‘사케’라고 불리는 일본 전통주가 바로 그 주인공이라고 한다.

최근 한국무역협회가 집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 262만 달러에 불과했던 사케 수입액은 2008년 647만 달러(약 90억 원)로 3년간 약 2.5배 이상 증가했는데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한국은 미국과 대만에 이어 3위의 사케 수입국으로 큰 시장이 되었다고 한다.

사케의 인기는 굳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는 사케 전문점을 주위에서 찾아보지 않고 할인매장의 주류판매 코너를 둘러보아도 쉽게 알 수 있는데 국내 최대 할인매장에서의 사케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점포별로 30∼300% 늘었으며 취급하는 사케의 종류도 10여 종에서 35종으로 크게 늘어났다고 한다. 또한 사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시중 서점에는 와인처럼 사케에 입문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자들도 여럿 출간되어 있고 일식점 등에서는 ‘기키사케시(利き酒師)’라고 불리는 ‘사케 소믈리에’가 등장, ‘와인 소믈리에’에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사케’란 일본어로 술(酒)을 뜻하는 일반명사인데 접두어인 오(お)를 붙여서 마시는 모든 술을 ‘오사케(お酒)’로 총칭하여 사용하지만 최근에는 위스키나 와인, 맥주 등과 같이 술의 종류로서 일본 전통주를 의미할 때는 접두어 오(お)를 붙이지 않고 그냥 ‘사케’라고 부른다.

‘사케’는 ‘니혼슈(日本酒)’라고도 한다. 쌀로 빚은 일본식 청주로 우리나라에서는 정종으로 부르는데 실은 일본의 대표적인 사케 브랜드 중의 하나인 마사무네(正宗)의 한국식 독음이 일반명사처럼 쓰이고 있는 것이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의 한 기업인이 부산지역에 우리나라 최초로 일본식 청주 공장을 세웠고 이곳에서 만들어진 청주 브랜드가 마사무네(正宗)였고 그때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식 청주를 정종(正宗)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사케는 우리 청주(淸酒)와 비교하여 시음하면 맛과 향에서 오묘한 차이가 느껴지는데 이는 주원료인 쌀과 쌀을 띄울 때에 쓰는 누룩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일본 전역에서 지방마다 고유의 누룩과 제조방법으로 제조되는 사케의 종류는 수만 종에 이르며 그 가격도 천차만별로 비싼 것은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것도 많아 와인만큼이나 다양하다고 하겠다.

일본국세청에서는 향, 원료, 제조법에 따라 사케의 등급을 크게 다이긴조슈(大吟釀酒), 긴조슈(吟釀酒), 준마이슈(純味酒), 혼조조슈(本釀造酒), 후쓰우슈(普通酒) 등으로 나누어 놓았다. 다이긴조슈는 쌀의 정미 비율이 50% 이하, 긴조슈는 60% 이하, 준마이슈는 70% 이하의 백미(白米)를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혼조조슈는 정미 비율 70% 이하에 알코올 25% 이하를 말하고 후츠우슈는 알코올 25% 이상을 함유한 것을 의미한다.

값이 비싼 사케는 유명 와인처럼 일련번호와 함께 제조회사, 제조산지, 출하연도, 알코올도수, 재료명 등의 관리 라벨이 붙어져 있는 경우가 있는데 고가의 사케일수록 맛과 향을 보존하기 위하여 병의 색이 짙으며 뒷맛이 부드럽고 향기가 짙다.

일반적으로 사케는 잔이 따끈할 정도로 데워먹는 걸로 알려져 있지만 실은 차게 해서 마셔도 무방하며 오히려 차게 마시는 것이 사케 고유의 향과 맛을 깊이 느낄 수 있다. 보통 봄과 여름에는 차게 해서 마시고 가을과 겨울에는 약간 데워서 마시는 것이 좋지만 데워서 마실 경우에도 고온으로 데우는 것보다는 사람 체온 정도로 따뜻할 정도로 데워서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 청주와 일본 사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원료로 사용하는 쌀과 누룩에 있다고 하겠는데 특히 누룩에 의한 차이가 더 크다고 하겠다. 일본의 고사기(古事記)에도 기록돼 있듯이 백제시대에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것으로 알려져 있는 누룩은 쌀, 밀과 같은 곡류에 누룩곰팡이를 번식시켜 만든 것이다. 누룩곰팡이는 주로 황국균(黃麴菌, Aspergillus oryzae)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쌀을 누룩으로 뜨면 누룩 속의 황국균이 분비하는 아밀라제(Amylase)라고 하는 효소가 쌀 전분을 당으로 분해시켜주고 여기서 생성된 당은 다음 단계로 넣어준 효모에 의하여 알코올 발효가 이루어져 최종적으로 술이 만들어지게 된다. 이러한 누룩은 술뿐만 아니라 된장, 간장 등과 같은 발효식품의 제조에도 꼭 필요하다.

간장 된장 제조에 로열티를 내야 할지도

유사이래 우리 민족과 오랫동안 함께 해온 미생물의 하나인 황국균은 오히려 일본에서 다각도로 연구되어 이제는 일본 고유의 미생물이 돼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은 황국균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확보하기 위해 대학, 국립연구소, 바이오벤처기업 등 16개의 기관 및 단체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지난 2001년에 발족해 게놈 해석을 순차적으로 진행하면서 누룩 속의 황국균의 유전정보에 대한 지적재산을 특허로 확보하였다고 한다. 주요한 특허 내용에는 황국균이 분비하는 아밀라제 효소를 일정한 조건 하에서 다량으로 생산하게 하는 기술에 관한 것과 술의 품질과 맛에 나쁜 영향을 주는 부산물의 생성을 억제하는 기술 등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그런데 1960년대에 한국에서 누룩이 큰 사회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누룩에는 대표적인 누룩곰팡이인 황국균 이외에 다른 곰팡이들도 함께 번식해 존재하는데 녹색을 띠는 누룩곰팡이류에 속하는 애스퍼질러스 플라부스(Aspergillus flavus)라는 균이 대사산물로 강력한 발암물질인 아플라톡신(Aflatoxin)을 분비한다는 연구결과가 1960년대 초에 발표됐다. 아플라톡신이 발견된 이후 누룩곰팡이가 메주에 붙어 발효하는 우리의 전통 된장에 이 발암물질이 존재할 것이라는 의심을 해외의 보건기관 등으로부터 받게 됐다.

때마침 한국에 와있던 외국의 한 의사가 1962년부터 7년간 우리나라 위암환자들 대상으로 원시적인 역학조사를 해보니 위암환자들이 정상인보다 된장을 선호하고 있으며, 먹었던 된장 중에 애스퍼질러스 플라부스(Aspergillus flavus)라는 아플라톡신을 생성하는 초록 누룩곰팡이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공식적인 입장을 취할 여유도 없이 이러한 사실은 바로 미국의 시사주간지인 타임지에 실리게 되었고 한국의 전통적인 된장이 암을 유발하는 식품이 아닐까라는 세계적인 관심을 받게 되었다.

메주와 같이 혼합균주에 의한 발효식품에는 아플라톡신 생성자체가 극히 적어 그다지 위험하지 않은 것으로 일단락되었지만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재래식 발효식품이 근대화되고 식품공학의 중요성이 인식되는 사건으로서 남게 됐다.

이에 반하여 일본은 오래 전부터 누룩을 구성하는 누룩곰팡이 중에 황국균만이 청주, 간장 등의 양조에 필요하다는 것을 간파하고 쌀을 쪄서 무균 상태로 만든 다음 황국균만을 접종해 만든 코오지(Koji)라고 하는 물질을 누룩 대신으로 사용하고 있다. 일본이 코오지를 세계적으로 표준화하는 작업에 많은 노력을 해 온 덕분에 우리나라의 식품공학계에서도 코오지라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무튼 황국균의 게놈 해석으로 인해 일본이 앞으로 확보할 지적재산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전혀 파악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지만 어쩌면 우리의 된장, 간장, 막걸리 등의 전통식품의 제조에도 조만간 로열티를 내야 되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우려감이 기우만은 아닌 듯하다는 느낌이다.

막걸리와 사케 통해 한·일 젊은이가 가까워지길

최근 엔화 강세로 서울 한복판에는 한국을 찾은 젊은 일본인 관광객들로 넘치고 있고 난생 처음 마셔본 막걸리의 깊은 맛에 열광하고 있다. 우리 젊은이들도 기성세대와는 달리 서울거리에 마주치는 일본의 젊은 관광객들에게 길안내를 해줄 정도로 거리감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닛폰필 (Nippon Feel)이라고 하는 용어가 생겨날 정도로 이웃나라 일본에 대한 문화를 이해하려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일고 있는 듯하다.

경기 불황으로 소비 심리는 위축되고 있지만 한일 양국의 대표적인 전통주인 막걸리와 사케는 지금 서울 한복판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독도문제와 어두웠던 과거는 잠시 접어두더라도 21세기를 짊어지고 나갈 한일 양국의 젊은이들이 전통주인 막걸리와 사케를 통하여 새로운 한일관계를 형성하였으면 하는 바램이다. 한잔의 술로 사람 사이가 가까워지듯이 멀고도 가까운 나라와의 사이도 한잔의 술로 가까워질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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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성욱

생활이 윤택해지고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사람이 늘면서 우리 몸에 좋다고 하는 건강기능식품이 넘쳐나고 있다. 특히 몸에 좋다는 보신음식을 예로부터 선호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관심은 각별하다고 하겠다.

건강하고 아름답게 살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건강에 대한 유혹과 잘못된 정보에 빠져 예상치 않은 지출은 물론, 자신과 가족의 건강까지도 해치는 일도 다반사인 듯하다.

식품과 의약품의 경계선상에 있는 건강기능식품은 식품이면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생리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의약품에 더 가깝다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그 효능이 의약품처럼 바로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식품으로 관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건강기능식품을 만병통치약으로 여겨

요즈음 우리 사회는 건강기능식품의 공급과 소비의 양면에서 모두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데 우선 일부 제품의 효능에 대한 근거가 마치 진시황제가 그리도 찾아 헤매던 만병통치의 영약이 아닌가 할 정도로 과장되어 있다.

우매한 소비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하지만 과학적으로 인정하기 힘든 황당한 근거를 내세우는 제품들이 허다한데 예를 들면 여왕벌만 먹는다는 로열젤리, 툰드라의 혹독한 겨울날씨를 이겨내고 새싹처럼 솟아났다는 러시아산 녹용, 겨울에 잠자고 있는 곤충의 영양분을 빨아먹고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난 동충하초 등이 모두 이러한 범주에 속한다고 하겠다.

정확하게 몸에 어떻게 좋은지 명백한 과학적인 근거는 모르지만 DHA, 오메가-3, CLA, 알칼리 이온수, 코엔자임 Q 등과 같이 이름이 가져다 주는 신비함과 오묘함을 이용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비타민 E라는 친숙한 성분명으로 파는 것보다 토코페롤로 강조하는 것이 더 잘 팔리는 이유도 그러한 맥락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이러한 상품판매 전략에 낚여 무분별하게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상식부족과 비판정신의 결여가 더 심각한 문제인데 예로부터 몸에 좋다고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우선 먹고 마셔보자는 태도도 건강기능식품의 시장경제의 건전성을 저해하는 요인이라 여겨진다.

해마다 이맘때인 이른 봄만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 중의 하나가 고로쇠 수액이 아닐까 싶다.

고로쇠는 고로실나무라고도 불리는데 단풍나무과의 낙엽활엽교목에 속하는 나무로 해발 100미터부터 1천 800미터 사이에서 자생하고 5월이면 황록색의 꽃이 피며 잎은 다른 단풍나무들과 같이 손바닥처럼 다섯 갈래로 갈라져 있다. 잘 자라면 약 20미터까지도 크는데 우리나라 전역에서 관찰되며 일본, 중국에서도 자생하는 나무이지만 나무재질은 그다지 좋지 않아 건축용으로는 잘 이용되지 못한다.

고로쇠라는 이름은 뼈에 이로운 나무라는 뜻의 한자어 골리수 (骨利樹)에서 유래하였다는 설이 있으나 아마 그 이름은 나중에 나무를 널리 알릴 목적으로 따로 붙여진 이름인 듯싶다. 예로부터 이 나무에 상처를 내어 흘러내린 즙을 모은 것을 풍당 (楓糖)이라 하여 위장병, 폐병, 신경통, 관절염 환자들에게 약수로 마시게 하는 민간요법도 전해지고 있다.

고로쇠에 대해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는 두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삼국시대 때 신라와 백제가 지리산에서 전투를 벌이던 중 목이 마른 병사들이 화살이 꽂힌 나무에서 나오는 물을 마시고 원기를 회복한 데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 전설과 9세기경 도선이라는 승려가 경남 하동의 단풍나무 아래서 수액으로 갈증을 해소하면서 가부좌를 틀고 참선을 하다가 득도를 했다는 전설이 있는데 모두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일 뿐 확인하기가 어렵다.

수액을 얻기 위해서는 고로쇠나무의 뿌리에서 1m 정도의 높이에 드릴로 1∼3cm 깊이의 구멍을 뚫고 호스를 꽂아 흘러내리는 수액을 통에 받는데 수액은 해마다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 전후인 2월 말부터 3월 중순 사이에 채취하여야 많이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한국인들의 고로쇠 수액에 대한 일방적이고 각별한 사랑이 지난 3월 6일 미국의 유력일간지인 뉴욕 타임스 국제면에 고로쇠 수액을 마시는 촌로들의 모습과 잔인하게 나무에 수도꼭지와 호스를 박고 수액을 채취하는 방법을 담은 사진과 함께 대서특필(?) 되었다.

이 기사를 중계한 한국의 언론들은 마치 고로쇠 수액이 입소문대로 골다공증에 탁월하여 해외의 유수언론이 크게 다루어 소개한 것처럼 보도하였지만 신문의 원본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그런 좋은 의미의 뉘앙스가 아니었음을 쉽게 알아차렸을 것이다.

외국언론에 등장한 고로쇠 수액 열풍

뉴욕 타임스는 한국인들은 고로쇠(Gorosoe) 수액을 진귀한 만병통치약 (Elixir)로 여긴다고 소개하면서 이 수액을 음료수처럼 마시는데 북미지역에서도 단풍나무 수액을 메이플 시럽으로 만들어 먹지만 한국을 비롯, 일본, 중국 북부, 러시아와 북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단풍나무에 구멍을 내서 받은 수액을 그대로 마신다고 소개하고 있다.

특히 한국인들은 앉은 자리에서 무려 20리터를 한번에 마시는데 이는 캔맥주 50개의 분량에 해당된다며 마시는 양에 관한 한 전세계 어느 나라 사람도 한국인을 당할 수가 없다고 전하고 있다. 그렇게 많은 양을 어떻게 한번에 마시냐는 기자의 질문에 인터뷰에 응한 한 노인은 “어렵지 않습니다. 가족과 친구들하고 따뜻한 방에 둘러앉아 얘기도 하고 화투도 치면서 계속 마셔댑니다. 짭짤한 과자나 말린 오징어를 먹으면 갈증이 생겨 고로쇠 수액 마시기가 한결 쉽지요!”라며 많이 마실 수 있는 노하우까지 신문은 전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고로쇠 수액이 널리 알려지면서 경남 하동에는 고로쇠 수액을 찾는 이들이 몰려오고 이를 상품화해서 외지에 공급하고 있는데 신문은 현재 이 지역의 고로쇠 수액 생산량이 일년에 무려 120만 리터에 달한다고 소개하면서 채취한 고로쇠 수액의 대부분은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찜질방 등에서 땀을 흘리고 난 다음 미네랄 보충용 음료로 판매된다고 했다.

고로쇠 수액이 1 갤런(약 3.79 리터) 당 6~7 달러로 판매, 농사를 짓는 마을 주민들의 부수입이 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수액 채취를 본업으로 수 천 그루의 고로쇠나무를 심어 대량 재배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뉴욕 타임스가 기사화할 정도로 고로쇠 수액의 명성(?)이 퍼지면서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고로쇠 수액 마시기 대회나 산신령을 모시는 제사를 개최하는 등 관광객 유치를 통한 세수 증대에 혈안이 되어 있다.

고로쇠 수액채취는 자연파괴 행위

하지만 최근 대량 채취에 따른 상업화의 문제가 대두되면서 일부 환경보호주의자들은 나무에 구멍을 내서 수액을 채취하는 것 자체가 잔인하다는 비판적인 의견을 피력하고 있는 듯하다.

환경보호주의자들은 엄밀히 따지면 수액 채취 자체를 자연파괴 행위로 간주하는데 살아 있는 나무가 겨울 내내 혹독한 자연환경을 이겨내고 새로운 생명활동을 하려는 것을 짓밟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 올해 겨울처럼 재난에 가까운 가뭄 때문에 고로쇠 수액이 많이 줄어든 상황에서 나무가 수분이 부족하면 성장하는 데도 지장이 있을 텐데 사람들이 그 부족한 수액까지 빼앗아 마시는 것은 가혹한 처사라고 여겨진다.

나무를 베는 것이 엄연한 자연 훼손이라면 나무에 구멍을 내는 것도 자연 훼손의 일종이라고 여겨진다. 나무를 가꾸고 보호하는 일을 맡고 있는 산림청이 고로쇠 수액 채취를 막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동물실험을 통하여 수액이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이 되었다는 연구까지 하고 있다니 산림청의 백년대계는 무엇인지를 묻고 싶다.

또한 식품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는 고로쇠 수액의 판매가 최근에는 전용 패트병에 담겨 판매가 될 정도로 그 규모가 커지고 있는데 허가와 안전에 대하여 어떠한 대책을 마련하고 관리하는지 궁금하다고 하겠다.

고로쇠 수액은 나무에게 꼭 필요한 미네랄이 충분하지만 여과나 멸균 없이 나무에서 얻은 그대로 상품화한다면 유통기한도 없는 상황에서 병원성 미생물이 번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여겨진다.

성서의 창세기편을 통하여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는 메시지는 “다스리라”가 아닌가 싶다. 히브리어로 ‘radah’에 해당하는 이 말은 인간 마음대로 약탈하고 개발하라는 ‘허락’의 의미가 아니라 “섬기고 보존하라”라는 당부의 메시지이자 명령을 의미한다. 인간이 ‘radah’의 의무를 저버릴 경우에 자연은 또 어떤 형태로 인간을 공격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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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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